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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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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육체와 공석(空席)인 하느님 김기택의 시집과 황인찬의 시집을 연달아 읽고 있으면 처음에는 육식 동물이었다가 그 다음에 갑자기 초식 동물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이 두 시집은 마치 카인과 아벨의 전혀 다른 유일신 숭배 스타일처럼(농부인 카인은 신에게 곡물을, 목동인 아벨은 짐승의 살과 피를 바쳤다) 전혀 다른 존재감의 농후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비유를 곧장 떠올리는 것은 두 시인 모두 어떤 유형의 신(보편자)적인 것을 암시하거나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음의 유물론: 김기택, 갈라진다 갈라진다(문학과지성사, 2012) 갈라진다 갈라진다 저자 김기택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12-10-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삶과 죽음의 경계가 사라진 우리의 현실에서 진정한 삶이 희망과 ... 김기택의 시는 줄곧..
'생명-폭력'과 그 숙주들 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김기택 (창비, 2009년) 상세보기 김기택(金基澤)의 시선은 이번 시집 『껌』(창비 2009)에서 더욱 집요해졌다. 그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독자로서는, 그가 눈 돌리지 않는 이상, 먼저 눈 돌릴 수 없다. 그의 시각적 집요함이 나의 시선을 끌고 들어갈 때, 평범하던 풍경이 별안간 투명한 살갗 안의 핏줄과 근육과 뼈로 화해 거꾸로 나를 응시하는 것을 느낀다. 대상은 평소의 모습을 벗고 뒤틀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대상이 지나치게 가까이 와 있다는 증거이리라. 이 만남은 일종의 폭력적 상황을 통해서만 성사된다. 실재는, 그 있음을 은폐할 때에만 우리에게 평온하고 상식적인 삶을 가능하게 하므로. 그로부터 불편한 진실들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 진실들은 쉽사리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