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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간체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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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늘릴 것인가, '나'를 늘일 것인가 아메바(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최승호 (문학동네, 2011년) 상세보기 증식하는 유령들; 최승호, 아메바(문학동네, 2011) 등단 이후 꾸준히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최승호의 이번 시집은 자기 자신의 말들로부터 뻗어나간 실뿌리 같은 상상의 편린들을 그 원천들과 함께 수록하고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그가 인터뷰들에서 밝히고 있다시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충분한 기획 의도를 가지고 수행된 것으로, 이번 시집의 출간이 시인 자신에게는 등단 이후 30여 년간의 자신의 詩作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그는 이것을 ‘실험’이며 ‘일종의 문체연습’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연습은 ‘완성된 한 편의 시’라는 관념을 잠시 괄호 속에 넣고 ..
송재학,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내간체를얻다(일반판)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송재학 (문학동네, 2011년) 상세보기 머린호르[馬頭琴]와 낙타가 우는 밤 나랑톨 시장에서 노인이 산 마두금의 말머리 장식은 조잡했지만 새끼 잃은 어미 낙타의 울음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노인은 두 개의 현을 누르고 활을 켜보았다 무겁고 두꺼운 음과 찰랑거리는 음이 고오하게 섞이거나 기이하게 솟아오른다 노인은 한숨을 쉬었다 곧 마두금의 밤이다 열 살짜리 나라까의 무덤에도 새끼 낙타가 희생되었다 매년 초원에서 나라까의 무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쩔 수 없이 어미 낙타를 데리고 가야 했다 새끼를 기억하는 어미 낙타와 마두금이 우는 곳, 그곳이 나라까를 위해 새끼 낙타가 죽은 곳이다 나라까의 무덤이다 낙타와 나라까 사이에 마두금이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