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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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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다지마 선생님은 오늘 저녁 한 나절 백양로 벚꽃 아래서 술 드시고 올라 오셨다. -왜요? -일본 사람이니까. 다지마 선생님은 불콰해진 얼굴로 아이처럼 웃으며 말하고 집에 가신다. 귀가 인사하러 내 자리에 오신 것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평일에도 휴일에도 연구실에 나오시던 아버지 동갑내기 다지마 선생님은 오늘 저녁 한 나절 백양로 벚꽃 아래서 고향에 다녀오셨다.(2012-04-19)
4.11 전후 몇 년 만에 만났는지 모르겠다. 신촌에서 밥을 먹었고, 12년 전의 이야기들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시간이 가버렸나. 그 동안 두 명은 미칠 뻔했고, 두 명은 미쳤으며, 그 중 하나는 미쳐서 죽었다. 그녀는 앞으로 20년 동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결정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거시적인 시간관에 놀랐다. 나는 인생을 계획해본 일이 없다. 배워야겠다. 그녀가 끼고 있던 귀고리를 빼서 내게 주었다. 가끔 선배들의 너그러움에 놀란다. 바람이 무척 불었다. 우리가 자주 만나던 카페 테라스에서 한사코 바람을 맞으며 앉아 가끔 끊어지는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동안 자기가 구성되어온 맥락을 빨리 업데이트시켜야 한다는 다급함 때문에 우리는 거의 필사적이었던 것 같다.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나의 농담을 ..
to indimina 관심 있으면 가보길.
치통+꿈 치통을 끙끙 앓으며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최강희가 주연한 영화 를 보았다. 물론 실재하지 않는 영화다. 최강희 특유의 인물 성격을 기본적으로 고수했지만 현실적인 면이 약간 더해져서 4차원 소녀 이미지보다는 손에 잡히는 게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생각이 안 나지만, 서사보다는 여주인공의 쓸쓸한 내면을 담담하고 초연하게 연출한 것이 포인트. 꿈의 안팎을 계속 오가면서 중간 중간에 일종의 자각몽을 여러 번 꾼 것 같은데, 아무튼 일어나보니 치통이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은 아프다 지쳐 잠들고 아파서 놀라 일어난 것 같다.
치통 시작은 어제 새벽이었다. 받지 말아야 할 전화를 받았다가 치통이 시작되더니 어제 아침에는 음식을 씹을 수 없었고, 어제 밤에는 인후통이 동반되었으며, 오늘 아침에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일어났더니 이젠 안통에 머리 전체를 울리는 두통, 어깨 주변 근육통과 과도한 진통제 때문에 소화기 장애까지...하루 종일 자료를 조금 찾았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뺐어야 할 오른쪽 사랑니, 90도 누워서 난 삐뚤어진 사랑니를 다음에 다시 아프면 빼리라고 세이브해놓은 게 잘못이었다. 그동안 늘어난 건 고통의 복리이자뿐이다. 이 하나가 내 전체를 흔들고 있으니 내일은 엔지니어에게 찾아가야겠군. 차갑고 냉정한 손으로 우선 신경을 마비시켜 줄 전문가를 말이다. 아무리 하드보일드해지자고 다짐하고 있어도 식는 건 표면..
어제 꿈에서 중국에 갔다가 "신민필애(信民必哀)"라는 사자성어를 새로 배웠다. 누군가, "믿는 백성은 반드시 슬퍼진다"라고 그 뜻을 새겨주었다.
패륜적인 충고 1월 2일의 일기. 이게 다 정치 때문이다. 오래 살다 치매에 걸린 전두환과 일찍 죽은 노무현 때문에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싸웠다'는 말이 마음에 든다. '아버지가 나에게 화를 내셨다'거나 '아버지의 설교를 들었다'거나 '아버지의 꾸중을 들었다'보다 백 배 마음에 든다. '아버지와 이야기했다'보다도 마음에 들려 한다. 아빠는 살아 생전 집권시절에 노무현이 '양극화'에 대해 너무 자주 언급한 것이, 그리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 자살해버린 것이, 자기가 중산층이라 믿었던 서민들을 불행에 빠뜨리고 자살충동을 동반한 우울증 상태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아빠에게 나는 빠른 말과 논리로 대항했지만, 이전 시대 '좌파'의 뿌리 깊은 컴플렉스에 대해서는 지금,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카진스키가 ..
그냥 한 사람인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하네. 그냥 한 사람인데... 오늘 뉴스에서는 간만에 웃고 있데... 그 사실이 넘 우울하네... 김정일 죽고 봉도사 잡혀가고 디도스도 묻히고 공항 팔 기세고... 말할 때마다 입술에 침 바르는 거 보면 자기도 자기가 하는 말 안 믿는 거 같긴 한데....입술이 바짝바짝 타는 것도 같은데....... 그냥 한 사람인데 날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내 인생을 캐우울하게 만들 수가 있지.......미스테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