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6/10

(2)
Sent by Post 어쩌면 나는 세대론 같은 것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동갑내기들에 비해 시대에 좀 뒤떨어진 사람이다. 그렇다고 선배들과 어떤 경험을 공통적으로 실질적으로 정말로 구체적으로 총체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나에게는 지나치게 변화가 빠른 한국 사회에서 앞선 세대가 빠른 속도로 전력을 다해 수행한 세계 해석을 조금 이른 나이에 전력을 다해 (왜?) 받아들인 바람에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에 정신을 못 차렸던 문화적인 늦깎이의 일종 자괴감 같은 것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이 ‘문화적’이라는 말에 아직도 심한 양가감정을 느낀다.)이를테면 만일 내게 나의 문학적인 자양분이라고나 할 만한 것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면, 그 시작은 주로 10대 시절에 탐독한 80..
격월간 시사사, 통권 84, 2016년 9-10월호 내 인생의 책 이장욱 그것은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어디서 구입했는지누가 선물했는지꿈속의 우체통에서 꺼냈는지 나는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살아갔다.일을 했다.드디어 외로워져서 밤마다 색인을 했다. 모든 명사들을 동사들을 부사들을 차례로 건너가서늙어버린 당신을 만나고오래되고 난해한 문장에 대해 긴 이야기를 우리가 이것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당신이 뜻하는 바가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 같은 것을 당신이라고당신의 표정당신의 농담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이상한 꿈을 지나서 페이지를 열 때마다 닫히는 것이 있었다. 어떤 문장에서도 꺼내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